kk.___.eun 2019. 11. 21. 23:27

나는 골목길보다 큰 도로를 더 좋아한다. 우리 가족들 전부 길눈이 어두운데, 나는 특히 더 심각하다. 그래서인지 골목길은 몇 년을 지나다녀도 갑자기 모르는 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들어 평소에 아침에만 지나다니던 길을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져있을 때 지나가면 갑자기 길이 헷갈린다. 자주 다니던 골목길에 새로운 간판이 생기거나 대문의 색이 바뀌면 내가 모르는 길이 되버린다. 그래서 평소에 큰 도로로 다니는 걸 좋아한다. 방향만 잘 잡으면 길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5월부터 일을 하면서, 골목길을 더 많이 더 자주 다니게 되었다. 사무실도 골목 안에 위치하고, 일의 특성상 골목길과 친해져야했다. 사무실 근처의 골목을 핸드폰 지도 어플에 의지하여 쏘다니다보니 골목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비슷비슷해보이지만 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주택들이 재미있고, 담벼락 밑에서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다. 따뜻한 햇빛이 골목길에 그린 기다란 그림자도 좋다. 동네가 작아서 골목길 안에서 길을 잃어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게 무섭지가 않다. 물론 아직도 이리저리 얽혀있는 전깃줄은 괜한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갑자기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되면 당황한다. 하지만 그래도 골목길이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  

   

    

골목길을 걸어 퇴근하던 중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날개달린 돼지 처럼 보이는 구름이 있었다. 엄마는 전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